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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공업소 골목 장인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전 <어이, 주물씨. 왜, 형씨>

 

늦은 사진전 후기를 남긴다. 배달의 민족에서 진행한 김명중 사진전 '어이 주물씨, 왜 목형씨'를 다녀왔다. 

김명중 사진작가님에 대해서 알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찾아보게 되었다. 영국, 미국 등에서 활동하시는 김명중 작가님은 배달의 민족에서 주최하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사진전은 2020년 10월 24일 ~ 11월 2일동안 진행 하였다. 

나는 크리에이터 클럽에서 정기모임을 함께하는 분들과 4명이서 다녀왔다. 멤버 중 한분이 사진전에 대한 소식을 공유하면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약속을 잡았다. 총 11명이서 진행하는 모임인데 내가 좋아하는 인원인 4명이 함께한 것이 흡족스러웠다.

꽤 오래전, 교외 동아리 활동인 달팽이학교를 위해 자주 가던 광화문을 정말 오랜만에 가보게 되니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 시절에도 나는 매일매일이 좋았는데 지금은 좋은 매일매일 + 행복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많이 생겼기에 나이를 헛먹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토닥였다.

광화문에 도착해서 사진전을 관람하기 전에 코로나19로 당연하게 해야할 방역수칙인 QR코드와 온도 측정을 하였다. 언제쯤이면 방역수칙에서 벗어나 마스크를 벗고 편안하게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올까..? 생각해본다.

입구에 들어서자 좌측에는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셀카 촬영을 위한)과 우측에는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정면에 보이는 데스크에서 팜플렛을 챙겨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관람을 시작하였다.

을지로는 우리나라 근대화 산업화를 이룬 터전 중 하나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많은 산업장비 부품과 인쇄소, 수 십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장인들이 모여 있다. 

관람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촬영했다. 원래 전시회를 다닐 때 DSLR 카메라로 전시된 작품을 담지만 오늘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았다.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로 촬영을 한 작품과 임팩트 있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누군가의 일상을 엿본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대부분 누군가가 자신이 일을 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면 기분이 나쁘거나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미 높은 수준의 장인들에게 있어서 사진전을 위해 자신들의 일상을 엿보이며 담아낸다는 것이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생각하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일을 하고 말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냥 하는 말"일지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작품이 되고 명언이 되는 것일까? 사진전에 담겨 있는 이분들의 말들은 소소하지만 가슴 한켠에 자리 잡는 주옥같은 말들이 많았다. 사진전 기획이 큰 몫을 했겠지만.. 

VR 체험을 하면서 눈을 보고 소리로 듣는 이곳의 풍경은 일상에서 그냥 지나치던 익숙한 풍경. 골목길, 가게,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였다.

의미를 생각하며 보는 풍경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고 새로운 것을 보면서 새로운 생각으로 이어졌다. 늘 새로운 것에만 노출이 된다면 아마도 우리는 새로운 것에 계속 적응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깨버릴 수 없을거다. 하지만 반복되는 익숙한 생활 중 새로움이란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에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대와 같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이 방이다. 장인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다 찍어서 전시한 이 방에 장인들의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 웅장한 느낌이 드는 방에 들어선 깜짝 놀랐을 장인들의 얼굴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효과와 느낌이 아닌 사진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우리가 살면서 이력서, 여권 등 제출용이 아닌 온전한 나의 모습을 찍어서 남기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10살, 20살, 30살, 40살.. 그 이상이 되면서 그 시절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기적으로 프로필 사진을 찍어볼까...?)

영화인가 드라마에서 감정을 찍어주는 스튜디오를 본적이 있다. 사람들의 여러가지 감정과 표정을 찍어주는 장면을 보면서 아.. 나도 찍고 싶다.. 찍어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과거에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초상화를 그려서 남겼다면 현대에서는 사진이라는 좋은 기술로 자신을 남길 수 있다.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과거가 없으면 미래가 온들 얼마만큼이나 추억을 할 수 있겠는가.